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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바이든의 ‘진심’…하루가 다른 정세가 던지는 숙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독재자’ 발언이 나오자 중국의 반응은 신속했고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해당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고 했는데, 시 주석이 정찰 풍선 건을 잘 몰랐을 거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시 주석을 두둔하려는 뜻으로 들리는 얘기였다.   하지만 세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은연중 드러난 바이든의 ‘진심’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첫발을 떼는 듯했던 미·중 관계는 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발끈한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내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히려 “바이든이 틀린 말이라도 했느냐”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부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발언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별문제가 없으니 더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 언론의 이목을 끈 건 발언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놓고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평가하며 “미·중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독재자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다. 관계 안정화에 뜻을 같이하고 고위급 대화 채널을 재개하기로 한 양국의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미·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다수다. 발끈했던 중국 외교부가 당일 저녁 홈페이지의 대변인 브리핑 전문에서 ‘독재자’ 관련 질문과 답변을 갑자기 뺀 것도 묘한 느낌을 준다. 양국이 며칠 전 공감대를 이룬 ‘충돌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 차원의 조치로 읽힐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대한민국 외교가 취해야 할 스탠스다. 치열한 경쟁 와중에도 국익 앞에 대화와 소통을 모색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묵직한 고민을 던진다.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어지럽게 전개될수록 치밀하고도 유연한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외교가 필요한 때다. 김형구 / 워싱턴총국장J네트워크 진심 정세 독재자 발언 국제 정세 외교부 대변인

2023-06-26

[글로벌 아이] 중국 샤프파워의 황혼

“관련 부처에 문의하라.” 지난 9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두 차례 말했다. 호주산 석탄이 이날 수입 금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입항했고, 내달부터 호주산 랍스터의 수입을 허가했다는 외신 보도의 확인을 피하면서다. 관련 부처 운운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외교 레토릭이다. 호주는 이날에도 중국산 폐쇄회로 카메라를 퇴출했다. 호주식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외교를 시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 다음날 마오 대변인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밟았다”며 반발했다. 즉각 보복은 없었다. 2019년 즈데넥 흐리브 프라하 시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의 보복 공세와 달랐다.     중국의 샤프파워(Sharp Power)가 퇴조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그간 정치·외교 갈등을 경제로 보복하는 샤프파워를 즐겼다. 무력을 앞세우는 하드파워는 사용이 제한되고, 소프트파워는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으로 불리는 샤프파워는 타국의 정부와 기업이 미래 행동에서 중국의 이익을 예상하고 존중하며 따르게 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샤프파워 사용을 자제한다. 경제 부진이 배경이다. ‘제로 코로나’ 3년 동안 치른 경제 비용을 만회하고 중진국 함정까지 돌파하려니 보복은 사치가 됐다.     샤프파워 효과도 감소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화됐다. 최신 버전은 ‘집단적 회복탄력성(Collective Resilience)’이다. 재난을 겪은 뒤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탄성·회복력을 집단적으로 갖추자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제안이다. 그는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서 “중국이 단일 회원국을 괴롭힐 때마다 필수 재화에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클럽을 조직하자”고 주장했다. ‘집단적 회복탄력성’은 무역전쟁을 위한 전략이 아니므로 방어를 위한 순수한 경쟁 전략으로 다듬자고 강조했다. 다국적 대응만이 향후 중국의 약탈적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모두 단결해야 한다”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최근 방역 보복처럼 중국발 샤프파워는 여전히 한국을 괴롭힌다. “힘을 바탕으로 진정한 대등 관계가 수립될 때에야 전통적 조공관계를 바탕으로 한 화이사상으로 가꾸어진 중국인들의 한국인 멸시감이 사라질 것이다.” 한·중 수교 직후 한국의 강한 민주역량을 주문했던 고 민두기 서울대 교수의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신경진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글로벌 아이 중국 샤프파워 최근 샤프파워 샤프파워 효과 외교부 대변인

2023-02-14

[글로벌 아이] 중국 샤프파워의 황혼

“관련 부처에 문의하라.” 지난 9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두 차례 말했다. 호주산 석탄이 이날 수입 금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입항했고, 내달부터 호주산 랍스터의 수입을 허가했다는 외신 보도의 확인을 피하면서다. 관련 부처 운운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외교 레토릭이다. 호주는 이날에도 중국산 폐쇄회로 카메라를 퇴출했다. 호주식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외교를 시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 다음날 마오 대변인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밟았다”며 반발했다. 즉각 보복은 없었다. 2019년 즈데넥 흐리브 프라하 시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의 보복 공세와 달랐다.   중국의 샤프파워(Sharp Power)가 퇴조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그간 정치·외교 갈등을 경제로 보복하는 샤프파워를 즐겼다. 무력을 앞세우는 하드파워는 사용이 제한되고, 소프트파워는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으로 불리는 샤프파워는 타국의 정부와 기업이 미래 행동에서 중국의 이익을 예상하고 존중하며 따르게 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샤프파워 사용을 자제한다. 경제 부진이 배경이다. ‘제로 코로나’ 3년 동안 치른 경제 비용을 만회하고 중진국 함정까지 돌파하려니 보복은 사치가 됐다.   샤프파워 효과도 감소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화됐다. 최신 버전은 ‘집단적 회복탄력성(Collective Resilience)’이다. 재난을 겪은 뒤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탄성·회복력을 집단적으로 갖추자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제안이다. 그는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서 “중국이 단일 회원국을 괴롭힐 때마다 필수 재화에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클럽을 조직하자”고 주장했다. ‘집단적 회복탄력성’은 무역전쟁을 위한 전략이 아니므로 방어를 위한 순수한 경쟁 전략으로 다듬자고 강조했다. 다국적 대응만이 향후 중국의 약탈적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모두 단결해야 한다”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최근 방역 보복처럼 중국발 샤프파워는 여전히 한국을 괴롭힌다. “힘을 바탕으로 진정한 대등 관계가 수립될 때에야 전통적 조공관계를 바탕으로 한 화이사상으로 가꾸어진 중국인들의 한국인 멸시감이 사라질 것이다.” 한·중 수교 직후 한국의 강한 민주역량을 주문했던 고 민두기 서울대 교수의 조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신경진 / 베이징 총국장글로벌 아이 중국 샤프파워 최근 샤프파워 샤프파워 효과 외교부 대변인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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